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다가오던 어느 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종례를 마친 카즈토라가 밖으로 나가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머니가 데리러 왔어요. 종종 책가방을 머리 위에 올리고선 재빠르게 뛰어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친한 아이들끼리 우산을 같이 쓰는 모습도 보였어요.
빗방울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그리고 우산을 펴는 소리가 불협화음처럼 섞이다 사라졌지만 카즈토라는 아직도 혼자서 학교 현관에 우두커니 서있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오지 않을 것이고 평소라면 그냥 뛰어갔을 카즈토라는 오늘따라 비가 그칠 때까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일종의 심술이었죠 한편으로는 부모님과 돌아간 아이들이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비는 잠시 약해지는 듯했으나 금방 다시 강하게 내리기 시작했어요 결국 카즈토라는 이번에도 못 이긴 채 뛰어갈 준비를 하는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요.
카즈토라를 부른 사람은 바로 미미에요.
虎 …왜?
絆 혹시 우산 있어?
虎 아니, 없어.
絆 나도 없는데, 우리 비 그치는 거 같이 기다릴래?
보통의 이런 흐름이면 자기에게 우산이 있다며 같이 쓰고 가자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대답이 들려오자 잠시 멈칫한 카즈토라에요.
虎 …마음대로.
絆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虎 종례하고 나서 계속 있었어. 너는 왜 지금 나와?
絆 금방 그칠 줄 알고 사물함 정리하고 나왔어.
이후론 딱히 이어갈 말이 없었기에 둘 사이는 비 내리는 소리로 가득해요. 축축한 냄새가 코 끝으로 스며들고 몇 분의 정적 끝에 미미가 다시 말을 걸어요.
絆 창문으로 보니까 뛰어가는 애들도 있더라. 그런데 나는 뛰는 걸 안 좋아해.
虎 …나는 비 맞는 게 별로인 것 같아.
絆 그럼 뛰는 건 나쁘지 않다는 거네?
虎 뭐, 그런 거 같기도… 너는 부모님이 안 데리러 와?
絆 응, 둘 다 바쁘셔서.
…학교에 우산 가져다 놓을 걸. 그러면 같이 쓰고 가는 건데.
좋아하는 과목, 최근 있었던 일, 무슨 취미를 가졌고 어디에 사는지…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빠르게 알아갔어요 그럼에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곧이어 하늘도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絆 맞다. 숙제 있는데…
虎 무슨 과목인데?
絆 수학. 아까도 말했지만, 제일 자신 없는 과목이야.
虎 도와줄까?
자기도 모르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해버린 카즈토라는 이런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絆 정말? 내일은 주말이고… 카즈만 괜찮다면 오늘 우리 집에서 해결할래?
불쑥 애칭을 불러오는 미미, 그런데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카즈토라. 그녀에겐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마법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虎 그래. 더 늦지 않게 너희 집까지 뛰어가자. 괜찮겠어?
絆 괜찮아. 카즈는 비 맞는 거 별로라면서, 괜찮은 거야?
虎 응, 지금이라면.
그렇게 둘은 비를 맞으며 집까지 뛰어갔어요 덕분에 친구가 된 날은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초등학교, 친해진 계기(소꿉친구)
22.10.02 트윗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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