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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치쥐 님
220904 카즈토라 독백

 

형량을 기다리던 밤은 악몽이 다가올 시간도 없었어 불이 꺼지고 혼자 남아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거든 죄책감 회피 사죄 빛바랜 단어들이 뭉쳐 만들어낸 죽음이라는 형(刑)이 나에게로 손을 뻗었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드라켄이 찾아와서 죽지 말라고 그러더라 그의 전언과 함께 말이야. 그때 느꼈던 감정은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곧이어 나에게 떨어진 형량은 10년. 편지가 오거나 면회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자에겐 과분할 정도로 평범하고 조용한 생활뿐이었지

 

나는 바깥세상에 있는 부모의 안부도 궁금하지 않았어 그 두 사람은 다르지만 비슷한… 어찌 되었든 나에겐 그런 부류였거든. 그렇게 가만히 굴러가던 시간에 딱 한 사람, 네가 생각났어.

 

웃기지? 나는 끝까지 너에게 잘 한 것도 없이 사라졌는데 양심도 없지 사람을 두 번이나 죽여 범죄자의 신분을 가진 내가 감히 어떻게 너를 다시 보는 걸 바라겠어

 

그런데 사실은 너무 보고 싶었어 만나서 미안하다고 네가 말렸을 때 망설이지 말고 뒤돌아 볼 걸 그랬다고 사과를 하면서 아이처럼 크게 울고 싶었어 웃는 모습은 차마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얼굴을 다시 한번만 보고 싶었어 그게 내 마지막 소원이었어

 

몸은 자유롭게 움직였지만 정신은 아직도 그날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런 내 상태를 알아줄 이는 없다는 듯 주변은 빠르게 변화했고 점차 몇몇 얼굴들이 익숙해졌어 답답하고 숨 막히는 곳이었지만 규칙만 잘 지키면 그리 험한 일은 없었어

 

그래도 죗값을 받고 있다는 점은 마음속에 깊게 박아 두고 있었지 시간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빨라서 어느새 여름의 더위가 한창이었어.

 

우리가 함께였던 여름의 추억을 되짚어 보고 있다가 혼자가 된 여름은 겨울보다 더 춥다고 느껴졌어 습하고 끈적거리는 계절이 싸늘하다고 느껴지다니 내가 더워서 미친 건가 싶었어 차라리 미쳐서 너를 잊어버리자고 그런 생각도 했어 그런데 네 다정함은 너무 달아서 끝까지 기억할 수밖에 없었어.

 

가을은 미미 너와 바지를 번갈아 생각했어. 둘은 상냥하면서 강했다고 나 같은 바보를 받아주고 믿어줬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내가 배신하지 않았으면 나보다 둘의 사이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같은 실없는 생각도 했지

 

곧이어 다시 겨울이 왔으니 오직 생각만으로 1년을 채운 셈이였지 적막 속에서 눈을 감는 게 다시 익숙해져가고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을 꾸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어 온전히 잠에 드는 시간도 늘고 있었어.

 

그 이후도 내 생활은 비슷했어 그렇게 1년을 또 보내고 들어가서 총 2년이 되어가는 겨울에 평생 잊지 못할 일이 생겼지 그래, 맞아. 네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었잖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내가 마음속으로 네 소식을 알게 되는 걸 너무 원해서 꿈속까지 나타난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울렁한 마음으로 너의 편지를 읽어내리다 보니 그제서야 꿈이 아니라는 게 실감 나더라 다 읽고 나서는 널 대신해 편지를 껴안을 정도였어 그날 밤 잠을 미루고 기억나지 않을 만큼 몇 번이고 읽었어

 

아직 나를 끊어내지 않았다는 네 마음에 미안해서, 이곳에 있는 동안 미련이 되어주고 나간 후에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준 점이 고마워서 읽다가 눈물이 나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읽고 눈물을 흘렸지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받은 편지 중 가장 값지고 소중했어 가치를 메길 수 없는 정도였어.

 

그 이후 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마치 생일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어. 시험기간이라 편지에 공부 얘기를 써버려서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거란 내용도 새로 생긴 카페에 갔는데 디저트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다는 내용도…

 

나는 카페에 간 것도 아니고 디저트를 먹은 것도 아닌데 입안이 달았어 온몸이 설탕에 절여진 것 같았어 네가 주는 다정이 너무 달아서 녹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나는 네 다정함 덕분에 버틴거야

 

카즈토라가 키즈나에게 전하는 진심

2022.09.04 트윗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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